“사랑은 왜 항상 같은 속도로 오지 않을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자주 떠올랐던 말은 이것이다.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이해〉는 겉으로 보면 아주 조용한 드라마다.
은행이라는 일상적인 공간, 평범한 직장인들, 크지 않은 사건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회,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사랑을 로맨틱하게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야기의 시작 — 같은 공간, 다른 삶의 무게
배경은 KCU은행 영포지점.
주인공들은 매일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커피를 마시고, 같은 회의를 한다.
- 하상수: 성실하고 무난한 은행원
- 안수영: 계약직에서 정규직을 꿈꾸는 창구 직원
- 박미경: 부유한 집안, 흔들림 없는 자신감
- 정종현: 현실의 벽 앞에 서 있는 청년
이 네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가 짊어진 삶의 조건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 차이가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 갈등이다.

■ 사랑은 시작되지만, 타이밍은 어긋난다
상수와 수영은 서로에게 끌린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호감, 눈빛, 작은 배려들.
하지만 둘은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수영에게 사랑은 늘 불안과 손해의 가능성을 동반한다.
과거의 상처와 불안정한 현실은 그녀를 쉽게 믿지 못하게 만든다.
반면 상수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있다.
그의 망설임은 조심성이고, 그녀의 망설임은 생존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아주 잔인하게 솔직해진다.
사랑은 감정이 같아도, 삶의 조건이 다르면 같은 선택을 할 수 없다.
■ 엇갈린 선택들 — “왜 그때 그렇게 했을까”
수영은 상수를 밀어내고,
상수는 미경과의 관계를 선택한다.
종현은 수영을 바라보며 묵묵히 곁에 남는다.
이 선택들은 모두 이해가 된다.
그리고 동시에 답답하다.(고구마, 고구마, 고구마....)
이 드라마가 현실적인 이유는,
누구도 명확한 가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 수영은 이기적이지 않다. 다만 너무 많이 상처받아왔다.
- 상수는 비겁하지 않다. 다만 확신이 없었다.
- 미경은 악역이 아니다. 사랑 앞에서 솔직했을 뿐이다.
- 종현은 착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자기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시청자는 계속 질문하게 된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 결말 — 명확하지 않아서 더 현실적인 마무리(스포일러 포함)
〈사랑의 이해〉의 결말은 시원하지 않다.
모든 오해가 풀리지도 않고,
완벽한 재결합이나 극적인 선택도 없다.
상수와 수영은 다시 마주하지만,
그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결말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설계되었다고 느꼈다.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사람들이 결국 행복해졌는가?”가 아니라,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이 아니라 선택의 이유를 이해하는 일”
이라는 메시지다.
수영이 왜 그때 상수를 밀어냈는지,
상수가 왜 그 순간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그 모든 선택은 각자의 삶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그래서 이 결말은 허무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오래 남는다.
■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남는 감정
〈사랑의 이해〉는 설레는 드라마가 아니다.
대신,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드라마다.
- “그때 조금만 달랐다면?”
- “사랑보다 현실을 먼저 선택했던 순간”
- “상대가 아니라, 내 삶을 지키기 위해 포기했던 관계”
이 드라마는 그런 기억들을 조용히 건드린다.
■ 총평
이 드라마는
✔ 사랑을 미화하지 않는다
✔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선택’으로 보여준다
✔ 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남긴다
그래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연애를 한 번이라도 깊게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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